직장 내 괴롭힘 신고 1만6천 건... 접수 이후 노동자는 보호받고 있나

2025년 직장 내 괴롭힘 신고 1만6천373건... 과태료 부과 1.4%, 검찰 송치 0.6%

폭행 피해 주장에도 노동청은 두 차례 '위반 없음' 종결

사업장 자체조사 결과에 대한 의존과 노동청 직접조사 범위가 쟁점

[화담일보=허유빈 기자]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한 뒤에도 피해 노동자가 실질적인 구제를 받기까지는 적지 않은 장벽이 남아 있다. 신고를 접수한 사업장은 객관적인 조사를 진행해야 하지만, 조사 결과를 판단하는 과정에서 사업장 자체조사에 의존하거나 노동청의 직접조사가 이뤄지지 않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생성형 AI로 제작한 ‘직장 내 괴롭힘’을 상징하는 이미지

 

2025년 고용노동부에 접수된 직장 내 괴롭힘 신고는 1만6천373건으로 집계됐다. 처리 현황 자료에는 과태료 부과 231건, 검찰 송치 205건, 검찰 송치 사건 중 기소 101건으로 집계됐다. 신고 건수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과태료 부과는 약 1.4%, 검찰 송치는 약 1.3%, 기소는 0.6%다.

 

지난 3일 참세상이 소개한 매일노동뉴스 보도는 나주의 한 음식점에서 발생한 직장 내 괴롭힘 신고 사례를 통해 신고 이후의 조사 절차를 짚었다.

 

폭행 피해 주장에도 두 차례 ‘위반 없음’

보도에 따르면 해당 음식점에서 일하단 66세 노동자 A씨는 2025년 7월 주방장 보조로부터 모욕적인 발언을 들었다. 같은 해 8월 4일에는 다른 직원들이 있는 자리에서 약 19분 동안 욕설과 호스 물세례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8월 21일에는 주방장이 자신의 가슴을 팔꿈치로 누르고 양손으로 목을 조른 뒤 주방 칼을 들었다고 밝혔다.

 

당시 상황을 담은 녹취에는 A씨가 “목 조르지 마!”, “칼까지 드네, 이제”라고 외치는 내용으로 보도됐다. A씨는 전치 2주의 진단을 받고 사건 당일 일터를 떠났다.

 

이후 검찰은 2025년 12월 주방장을 폭행 혐의로 송치했다. 검찰은 2026년 6월 두 사람을 모욕죄로 각각 벌금 50만원에 약식기소했다. 그러나 직장 내 괴롭힘 여부를 판단하는 노동청의 처리는 달랐다.

 

A씨가 2026년 2월 제기한 진정에 대해 광주지방고용노동청은 같은 해 4월 ‘위반 없음’으로 종결했다. 당시 노동청은 A씨와 주방장 보조 사이에 지위 또는 관계의 우위가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취지로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목을 조른 것으로 지목된 주방장에 대한 판단은 회신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보도됐다.

 

A씨가 7월 다시 진정을 제기했지만, 노동청은 10월 21일에도 위반 사항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번에는 자업장 자체조사에서 직장 내 괴롭힘이 인정되는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해당 조사는 A씨가 퇴사한 지 약 8개월이 지난 2026년 4월, 사업주가 선정한 노무사가 참여한 가운데 진행된 것으로 보도됐다.

 

객관적 조사 의무, 사업장 자체조사에 기대도 되나

직장 내 괴롭힘 신고 이후의 조사 절차는 법률로 정해져 있다. 현행 근로기준법 제76조의 3은 사용자가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접수하거나 발생 사실을 인지한 경우 지체 없이 당사자 등을 대상으로 객관적인 조사를 실시하도록 규정한다. 조사 기간에는 피해를 입었거나 피해를 주장하는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도 해야 한다. 괴롭힘이 확인되면 피해 노동자에 대한 적절한 조치와 행위자에 대한 징계 등 필요한 조치도 이뤄져야 한다.

 

문제는 조사 의무가 규정돼 있다는 사실만으로 조사의 객관성이 확보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사업장 내부에서 진행한 조사 결과를 노동청이 어느 정도까지 참고하고, 어떤 경우에 직접 사실관계를 확인하는지가 실제 구제 과정에서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매일노동뉴스 보도에 따르면 해당 사건을 담당한 노동청 감독관은 조사 절차가 공정하게 진행됐는지 등을 중심적으로 살폈으며, 사업장 자체조사 결과도 많이 참고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사장이 직접 괴롭힘 행위자로 지목된 사건이 아니라 동뇨 노동자가 가해자로 지목된 사건이라는 점도 노동청의 직접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배경으로 보도됐다.

 

고용노동부는 2026년 4월 사용자가 괴롭힘 행위자로 신고된 소규모 사업장 사건에 대해 노동감독관이 직접 조사할 수 있도록 관련 지침을 개선했다. 이어 7월 개정한 예방·대응 메뉴얼에는 사용자가 행위자로 신고된 경우 조사 과정에서 배제하도록 권고하는 내용 등을 담았다.

 

신고 이후의 구제 절차도 살펴야

이번 사례는 직장 내 괴롭힘 신고 제도가 마련돼 있다는 사실과 신고한 노동자가 실제로 보호받는다는 사실 사이에 간극이 존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신고 접수와 조사, 피해자 보호, 행위자에 대한 조치가 각각 제대로 작동하는지 살펴야 하는 이유다.

 

특히 사업장 자체조사 결과를 노동청이 참고하는 과정에서 조사 주체의 독립성과 조사 시점, 피해자 진술 및 증거의 반영 여부가 충분히 검토됐는지가 쟁점으로 남는다. 사업장 내부의 판단만으로 사건이 종결될 경우 피해 노동자가 행정기관을 통해 다시 사실관계를 확인받을 기회가 제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보도에 따르면 A씨 측은 노동청의 판단에 문제를 제기하며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직권 재조사를 요구했다. 노동청이 재조사에 나설지, 사업장 자체조사에 의존한 판단이 적절했는지 등이 향후 쟁점이 될 전망이다.

 

직장 내 괴롭힘 신고는 피해 사실을 알리는 데서 끝나서는 안 된다. 신고 이후 객관적인 조사와 피해자 보호, 필요한 조치가 실제로 이어지는지가 제도의 실효성을 가늠하는 기준이 된다. 신고 건수를 집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신고가 접수된 뒤 어떤 절차를 거쳐 어떻게 처리됐는지까지 살펴야 한다.

작성 2026.11.04 12:00 수정 2026.11.0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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