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만
여름이 무르익는 늦은 오후
가난했지만 꽃을 좋아하셔서
기일 때마다 분홍 양난을 드리는데
꽃송이 하나 슬쩍 거실 바닥으로 내려놓으신다
지천에 널려있는 들풀과 산꽃들까지
하나같이
좋아하시던 모습 생각나서
꽃송이 주워 들고 돌아가 본다
-늙은이를 누가 좋아하겠냐
자식도 같이 사는 거 쉽지 않은 거다
모두들 식은 밥 덩이 보듯 할 텐데
괜한 짐만 되는 거지
늘 하시던 말씀
남들이야 식은 죽 보듯 하더라도
더 늙으신 모습이겠지만
지나시는 걸음으로
한 번만
다시 볼 수 있었으면

[정인선]
2008년 『문파문학』으로 등단.
시집 『잠깐 다녀올게』 『거기』 『오른쪽이 무너졌어』 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