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장이 커지려면 좋은 제품만으로 충분할까. 기업이 늘고 소비가 확대돼도 하나의 독립된 산업으로 분류되고 인정받을 제도적 기반이 없다면 성장에는 한계가 생긴다.
반려동물 건강기능식품 산업도 마찬가지다. 정영걸 애니픽 의장이 주목한 것은 특정 제품 하나의 성공만이 아니었다. 그는 관련 분야가 하나의 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기업들이 활동할 수 있는 공통의 틀이 필요하다고 봤다.
그래서 제품을 넘어 제도로 시선을 돌렸다.
관련 산업 코드 신설을 제안하고 한국반려동물건강기능식품협회 설립을 주도한 행보다. 한 기업의 시장을 넓히는 것보다 산업이 성장할 기반을 먼저 만들겠다는 접근이다.

1. 시장은 있는데 ‘산업의 이름’이 없다는 문제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가구가 늘면서 관련 산업의 영역도 다양해지고 있다. 사료와 용품을 넘어 건강관리와 기능성 제품 등으로 시장의 관심 범위가 넓어지는 흐름이다.
그러나 시장이 존재한다는 것과 하나의 산업으로 제도화돼 있다는 것은 다른 문제다.
정영걸 의장이 문제로 바라본 것도 이 간극이었다. 반려동물 건강기능식품 분야에는 독립된 산업 코드가 없었고, 그는 이 제도적 공백을 메우기 위해 관련 산업 코드 신설을 정부에 제안했다.
산업 코드는 단순한 숫자나 행정상의 분류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새로운 산업이 기존 영역과 구분되는 하나의 분야로 자리 잡기 위해 필요한 출발점 가운데 하나다.
제품을 만드는 기업의 시선이 ‘무엇을 팔 것인가’에 머문다면 산업을 바라보는 사람의 질문은 달라진다.
‘이 시장이 지속해서 성장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정영걸 의장의 행보에서 눈여겨볼 대목이다.

2. 협회를 추진하고 산업 코드를 제안하다
개별 기업이 성장하는 것과 산업 전체의 기반을 만드는 것은 접근부터 다르다. 후자에는 여러 기업과 이해관계자가 함께 움직일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
정영걸 의장은 한국반려동물건강기능식품협회 설립을 주도하고 있다. 동시에 정부에 관련 산업 코드 신설을 제안하며 반려동물 건강기능식품 분야의 제도화에 나서고 있다.
중요한 것은 방향이다.
자신의 회사만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나 제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여러 기업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산업의 공통 기반을 만드는 데 관심을 뒀다는 점이다.
이는 정영걸 의장의 반려동물 산업 생태계 구상과도 연결된다. 진료실에서 치료의 한계를 발견한 수의사의 질문이 생애관리로 넓어졌고, 다시 산업을 지탱할 제도의 문제로 확장된 것이다.
한 사람의 역할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수의사에서 기업가로, 다시 산업의 구조를 고민하는 설계자로 영역이 넓어진다.

3. 좋은 기업을 넘어 좋은 산업을 만드는 일
새로운 산업의 초기에는 누가 시장을 먼저 차지하느냐가 중요해 보인다. 하지만 시장이 오래 성장하려면 경쟁할 기업만큼 함께 사용할 기준과 제도도 필요하다.
반려동물 산업 제도화가 중요한 이유다.
애니픽이 그리고 있는 생태계 역시 한 기업이 모든 것을 독점하는 구조와는 거리가 있다. 개체 식별과 건강관리, 노령기 돌봄 등 반려동물의 삶 전체를 연결하려면 다양한 분야의 기업과 전문가가 참여할 수밖에 없다.
결국 생태계를 만든다는 것은 혼자 모든 것을 한다는 뜻이 아니다.
서로 다른 기업이 함께 움직일 수 있는 판을 만드는 일에 가깝다.
정영걸 의장이 제품을 넘어 산업 코드와 협회에 관심을 가진 이유도 여기에서 읽힌다. 기업의 성장은 매출로 확인할 수 있지만 산업의 성장은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이 얼마나 단단한가에서 갈린다.
시장을 만드는 기업이 있다.
그리고 시장이 오래갈 구조를 고민하는 사람이 있다.
K-PET 산업 생태계가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 잡기 위해 필요한 것은 어쩌면 두 번째 질문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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